제3부 아! 이현상 - 6. 빨치산의 몰락

차일혁의 수기

제3부 아! 이현상 - 6. 빨치산의 몰락

관리자 0 883 2020.08.04 16:51

제3부 아! 이현상


6. 빨치산의 몰락



삼장지역에 대한 2주간에 걸친 철저한 수색전으로 말미암아 공비들은 분산하여 야지로 숨어들게 되었다. 이중 삼중의 포위망을 뚫지 못한 공비들은 사살되거나 생포되었다. 8 20일을 전후하여 빨치산 지휘관들이 계속 사살되어 공비들의 사기는 저하되었다.

김동진 대대장을 습격한 이영회부대의 송관일은 2연대 수색대와 618부대의 추격을 피해 도주하다가, 8 20일 매복 중이던 산청경찰서 삼장지서 서원들에게 사살됐다송관일은 국방경비대 14연대 육군소위로 여순반란사건에 가담하였던 자로 51 4지대 이현상의 호위대장으로 이현상의 신임을 받았다.

52년 필승대와 유격대를 합하여 송관일 부대라 칭하고, 60여 명의 빨치산으로 하동, 산청, 운봉 등지에서 약탈, 방화, 습격을 일삼다가 사살되었다같은 날 반야골과 뱀사골에 은신하다가 2연대의 강력한 공격에 쫓기던 김지회 부대장 조정기도 구례경찰서 연곡출장소 경찰대에 의해 사살되었다.

조정기는 49년 광주 조선대학에 재학 중에 남로당에 입당하여, 6·25 당시에는 진도, 완도 방면에서 빨치산 활동을 하였다9·28 수복으로 월북한 그는 이현상 부대에 편입되어 지리산에 내려와 6지대 92사단 정찰과장 등을 역임했다.

전남도당 병기과장 최달만은 3연대의 공격에 쫓기다가 광양경찰서 황죽출장소 경찰대에 사살되었다. 전남도당 진위대 88부대장 이봉삼은 하동서의 형사대에 의해 사살되었다전투경찰의 물샐 틈 없는 포위와 수색작전으로 빨치산 간부들이 거의 전멸단계에 이르고 있었다.

한편, 북한에서의 남로당 세력의 몰락은 지리산에까지 비화되어 전멸되어 가던 빨치산의 몰락을 촉진시켰다8 26. 5지구당 조직위원회가 반야봉 남쪽 빗점골에서 열렸다.

전투경찰대에 의한 빨치산 간부의 연속적인 사살이 제5지구당의 불합리한 운영에서 비롯되었을 뿐만 아니라 제5지구당이 반당 종파분자인 박헌영, 이승엽의 계열이라고 규정하고 제5지구당을 해체하기로 결의하였다. 여기서 결의된 당 결정서 전문은 아래와 같았다.

조선노동당 제5지구당 결정서 제9(53 8 26)

1. 내용 : 반당 반국가적 파괴 암해(暗害)분자, 종파분자들인 박헌영이승엽 반역 도당의 잔재와 영향을 근절 청소하기 위한 제반대책.

2. 요지: 5지구당의 조직은 반당 반국가적이고 종파적이고 자기들의 간악한 목적에 복종시키려고, 이승엽의 심복 부하 여운철로 하여금 1950 11 9일 강원도 후평에서 지시하기를, 남부지방 6개 도() 충남북, 전남북, 경남북의 당 지도사업에 관해 위임하였으며, 또한 이현상 동지에게 상기 6개 도()에 있어서의 유격부대들에 대한 통일 영도의 권한을 위임

하여, 지금껏 불합리한 조직체 운영을 하면서 각 도당 단체들과 유격부대들을 사상적, 조직적, 전투적으로 혼란, 약화시켰으며, 당 단체들의 역할을 마비 저하시켰으며, 특히 전남 경남 유격부대들을 거의 파괴시켰으며, 경남도당의 중요 간부들은 남김없이 전몰시켰으므로, 5지구당 조직위원회는 반당 반국가적 파괴 암해분자, 종파분자들인 박헌영, 이승엽, 반역 도당의 잔재와 영향(5지구당 포함)을 철저히 근절 청소함에 수반, 5지구당의 조직적 사상적 총택(總擇) 1953 9 10일까지 완료할 것을 이현상 동지에게 책임 지운다.

이로 인하여 제5지구당은 해체에 들어가고 이현상의 지위는 격하되었다. 5지구당 결정서 제8호에 의해 군사조직으로 개편되었던 각 급 당 조직은 환원되었다. 그러나 기간세력이 몰락한 뒤라 빨치산은 전투경찰에 쫓겨 다니기 급급했다. 북한에서 권력투쟁에 패배해 소멸돼가던 박헌영의 세력은 지리산의 이현상과 그의 추종자가 고작이었다.

경찰의 대규모적인 포위에 밀리면서도 이현상은 박헌영의 위신을 세우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6·25 () 2병단 시절 이현상의 게릴라전은 소수정예로 기습공격을 하여 성과를 이루는 것이었다.

1949 11월 무주경찰서 습격과 목포형무소 탈옥사건, 6·25 후 온 세상을 놀라게 한 청주기습사건 등 모두가 유격전의 전법을 십분 활용한 작전이었으나 그 이후에는 거칠고 무모한 정면공격으로 일관되었다.

이것은 박헌영의 지시에 의해 남로당의 위신을 세우려는 정치적 정략으로 보였다. 이러한 전략은 빨치산의 몰락을 가져왔고, 급기야는 종파분자로 비판받고 평당원으로 강등되기에 이르렀다빗점골에서의 제5지구당 조직위원회의 개최와 제반 결정사항은 생포된 이형련(李炯連)으로부터 입수한 것이었다.

9 3. 2연대는 세석평전(細石坪田) 작전을 마치고 용강에서 부대를 정비하였다. 나는 김용식 수색대장으로 하여금 3곳을 지정하여 대원 10명씩을 잠복시키게 하였다. 8시부터 구례군 토지면 칠위각 부근에 잠복한 양희근 조는, 다음날 새벽 4시경에 섬진강을 건너려던 2명의 공비들을 발견하고 사격하였으나, 1명은 도주하여 행방이 묘연하였다.

잠시 후 근처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을 발견한 잠복조는 부상당한 공비를 덮쳐 생포해 왔다. 총상을 입은 공비는 다리의 피를 멈추게 하려고 성냥불로 지지다가 불빛이 새어나가 생포를 당한 것이다나에게 인도된 그는 어떤 질문에도, 시종일관 입을 다물고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는 냉소를 띤 채 자신의 상처조차 치료치 못하게 하였다.

나는 강제동 부연대장, 연대참모들과 함께 심문하였으나, 그는 어서 죽여 달라는 말밖에 하지 않았다. 나는 그에게서 정보를 얻어내려는 부하들을 저지시켰다. 그리고 그의 눈을 응시하였다내 시선을 당당히 맞받는 그는 예사 공비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아마도 제5지구당의 간부일 것 같았다.

이승만 대통령이 얼마 전 특별담화를 통해 지리산의 평정 없이는 남한의 평화가 있을 수 없고, 이현상의 생포 없이는 지리산을 평정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 대통령은 남한의 평화를 위해서는 이현상을 직접 만나겠다고 까지 했으며, 이현상을 생포하는 사람에게는 일계급 특진시키고 상금을 내리겠다고 발표하였다. 미 국무성에서도 훈장을 수여하고 엄청난 현상금까지 내놓았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군과 경찰의 경쟁은 자못 치열했다. 어느 쪽에서 이현상을 생포 혹은 사살하느냐에 따라 지리산 공비토벌을 마감하는 것이 되기에 경쟁은 뜨거울 수밖에 없었다.

이현상을 생포하기 위해서는 이현상의 거처를 알아야 하는데, 몇 달 동안 작전을 거듭했지만 이현상의 소재는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간혹 생포한 공비들로부터도 이현상의 소재는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공비들은 이현상에 대한 존경심에서인지 이현상에 대해 말하기를 한사코, 설사 입을 연다 해도 허위정보인 경우가 많았다.

부상당한 채 싸늘한 냉소를 띤 채 연대간부들의 심문에 입을 벙긋거리기조차 하지 않는 것은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만약 그가 입을 연다면 이현상의 소재는 밝혀지리라.

그를 연대장실로 데려오게 했다. 나는 부하들에게 그의 손을 풀게 하고, 위생병을 불러 간단한 치료를 하게 했으나, 그는 치료를 거부하고 위생병의 접근조차 거부했다.

“당신이 토벌대장이오?

“그렇소, 내가 바로 당신들이 가장 증오한다는 차일혁이오. 당신은 한번쯤 내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오.

“우리들은 산에서 오랫동안 생활해왔기 때문에, 산 아래의 정보에 대해 그리 밝지는 않소. 잘은 모르지만 당신이 토벌대장으로 가장 선봉에 서서 공격해 오는 것을 보니, 보통 악질이 아니라는 것은 짐작이 가오. 사내로서 당신에게 부탁하겠소. 나를 빨리 죽여주시오.

“당신이 굳이 죽을 필요는 없소. 휴전되었소. 그러니 이제 당신의 신분을 밝힐 차례요.

내가 공비와 정중한 어조로 말을 주고받는 것을 보고 부하들은 의아한 표정이었다. 얼마 전 김동진 대대장과 대원 5명을 살해한 공비를 사로잡아 내 손으로 죽인 일이 있었으나 이번만은 적개심이 일지 않았다.

“나를 더 이상 욕보이지 말고 죽여주시오. 우리 빨치산에게는 휴전이란 없소. 내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리라는 것을 기대하지 마시오. 나는 이미 당신들에게 생포되었을 때 죽은 거나 마찬가지요. 정보를 얻으려는 미련을 버리고 당신 손으로 죽여주시오.

나는 그의 말투에서 보통 공비와는 달리, 그가 철저한 사상 무장과 자기 훈련으로 다져져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에게 죽음이 가장 좋은 선물이고 안식이 될 것 같았다. 그의 사상은 바로 종교나 마찬가지로 더 이상의 설득과 회유는 필요치 않은 듯 보였다.

권총을 꺼내어 그 속에 들어 있던 실탄 여덟 발 중 일곱 발은 꺼내고 한 발을 남겨 그에게 건네주었다.

“당신 소원이 죽는 것이라 해도 내 손으로 당신을 죽일 수는 없소. 당신이 굳이 죽겠다면 당신 스스로 목숨을 끊으시오. 이 권총 안에는 한 발의 실탄이 남아 있소. 스스로 목숨을 끊든지, 아니면 나를 쏘든지 당신 마음대로 하시오.

순간 연대장실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각 참모들은 놀라서 어쩔 줄 몰랐다. 남은 총알 한 발로 자결하는 것이 아니라, 연대장실 안에 있는 사람을 쏜다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모두 불안한 기색이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권총을 들었다. 만약 그 한 발로 나를 쏜다면 그것도 내 운명이려니 하는 생각이었다스스로의 운명을 택하는 그의 마지막 모습을 나는 지켜보고 싶었다. 그가 진실로 한 사상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다면, 그의 죽음이 다른 어떤 죽음에 못지않게 깨끗한 죽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그는 자신도 나도 죽이지 못하고 힘없이 총을 내려놓았다.

“물 좀 주시오.

부상을 입은 그에게 물은 해로운 것이었지만 나는 수통의 물을 그에게 꺼내주었다. 그는 미친 듯이 물을 들이켰다.

“당신이 준 총으로 자결하지 못하는 나를 비웃지 말고 나를 그냥 쏴 죽이시오.

그는 말을 마치고 실신해 버렸다의무실로 그를 옮겨 치료케 했다. 조금 뒤 연대 의무실에 소속된 경성제대 약전출신인 정 경사가 연대장실로 급히 달려왔다.

“연대장님, 그는 경성의전을 졸업한 이형련입니다. 그는 제 고향친구입니다. 연대장님, 부디 그를 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저도 치료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나는 정보주임에게 제5지구당 간부들의 신상명세서를 가져오게 했다.

이형련 295지구당 기요과(機要課) 부과장.

이형련의 신상이 밝혀지자 사령부에서 김억순 작전과장과 참모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들이닥쳤다경찰병원 의사와 함께 이형련을 치료하던 618부대의 방래식이 연대장실로 와서

“연대장님, 아무래도 그자의 병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제대로 상처를 치료하지 못했고, 운이 없게도 파상풍까지 걸려 소생키 어렵겠습니다.

라고 보고하였다방래식은 원래 인민군 군의관으로 있다가 반공포로로 풀려난 뛰어난 의사였다. 그는 서양의술뿐 아니라 한방에도 일가견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미 이형련의 치료는 불가능했다.

“어떻게 해서든지 그를 살려내야 해!

방래식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구서칠 곡성경찰서장을 시켜 광주에 있는 이형련의 부인을 데려오게 했다.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그에게 부인을 만나게 해주는 것이 도리이고 그가 부인을 만났을 때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혼수상태에 빠져 신음하던 이형련이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이형련 선생!

내가 그의 이름을 부르자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당신은 제5지구당 기요과장이 아닙니까? 그러나 이미 전쟁은 끝났소. 그러나 유독 지리산만은 아직도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소얼마 전 내 부하인 1대대장과 대원 다섯 명이 당신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소. 나 역시 계속해 당신들을 죽이고 있지만 이젠 나도 지치고 지겹소.

“전쟁이 끝났다는 것은 우리도 알고 있소. 그러나 우리는 산을 내려올 수 없소. 이승만과 그 주구들이 인민들을 괴롭히고 있는 한, 우리는 계속 투쟁할 것이오. 우리의 세력이 약해져, 쫓기고 쫓겨 최후의 한 사람이 남는다 해도 우리는 계속 투쟁할 것이오.

“이 선생, 한 가지만 대답하시오. 이현상은 지금 어디에 숨어 있습니까? 북으로 올라갔습니까, 아니면 아직도 지리산에 있습니까? 절대로 이현상에게 위해를 입히지 않을 테니 그의 거처를 말해 주시오.

그는 입을 다물고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성급한 사령부 간부들이 다그쳐 물었지만 마찬가지였다나는 사령부의 간부들을 뒤로 물러나게 했다.

“한 가지만 묻겠소. 이현상이 지리산에 있소, 북으로 갔소.

“아직 지리산에 있소.

이 한마디로 5년 동안 남한 각지를 유린하고, 백주에 청주를 습격했던 공비 총 두목 이현상의 소재가 밝혀졌다. 그동안 많은 공비들은 한결같이 이현상의 거처를 모른다고만 했었다.

김억순 작전과장은 그에게 계속해서 많은 질문을 던졌으나 속 시원한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구서칠 곡성경찰서장의 안내로 남편을 만나러 온 이형련의 처는 와락 울음을 터트렸다 3년 만의 만남이었다. 그러나 남편은 이미 죽어가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그를 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그를 살리기 위해서는 다량의 피가 필요했다. 부상을 입고 많은 피를 흘렸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그의 생명을 연장하는 길은 수혈밖에 없었다. 그의 아내는 몸이 약하고 혈액형도 맞지 않았다나는 경찰병원 의사를 불렀다.

“내 피는 O형이니 내 피를 뽑으시오.

“연대장님께서는 전투를 하는 지휘관이신데 피를 뽑아서야 되겠습니까?

“우선 사람부터 살리고 봐야 하질 않소. 어서 서두르시오.

비록 공비일망정 그를 살리고 싶었다. 얼마 전 공비를 즉결하였던 내가, 공비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연대장님, 죄송합니다. 누가 공비에게 피를 줄 리는 없고, 급한 대로 연대장님의 피를 뽑겠습니다.

나는 피를 뽑으면서 다시 한 번 그가 살아나기를 간절히 기도하였다김억순 작전과장은 공비를 위해 피를 뽑은 내가 못마땅한지 한 마디 했다.

“인정에 이끌리면 공비토벌이 되지 않습니다. 잘못하면 적들에게 발뒤꿈치를 잡힐 수도 있소.

다시 정신을 차린 이형련에게 나는 솔직히 말했다.

“당신은 의사니까 파상풍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알거요.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결과는 모르겠소. 이현상의 거처와 있는 곳을 말하지 않아도 괜찮소. 당신의 현재 상황에 대해서만 이야기해 주시오.

“당신들이 그토록 찾고 있는 이현상 동무는 이제 평당원으로 강등되었소.

그는 더듬더듬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했다이형련은 경성의전 출신으로, 해방 후 광주 홍안과(眼科)에서 근무하다가 6·25 발발 이후 전남도당에서 활동하다가 입산하였다.

그는 제5지구당 기요과 부과장과 동 부위원장 박영발의 전속 의무관으로 있다가, 5지구당 해체에 따라 전남도당으로 이동하던 중 생포된 것이다. 그는 전남 K여객 주인의 처남이었다. 그는 제5지구당의 해체와 이로 인한 공비들의 실태에 대해서는 도무지 입을 열지 않았다.

한동안 말을 하던 이형련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의 얼굴은 파상풍으로 새파랗게 변해가고 있었다. 나는 군의관을 불렀다.

“이 자를 살려야만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려내야 한다.

“이미 늦었습니다. 파상풍균이 온 몸에 퍼져 몇 시간을 넘기지 못할 것 같습니다.

나는 중국에서의 민간요법이 생각나 돼지껍질을 구해오게 했다. 중국에서는 파상풍에 걸리면 돼지껍질을 씌워 치료를 하곤 했다. 급히 돼지를 잡아 껍질을 이형련에게 덮어 씌웠다그의 얼굴은 더욱 더 새파랗게 변해가고 있었다. 이미 치료는 불가능했다.

“나중에 우리가 구천에서 만날 때는 민주주의도 공산주의도 없는 곳에서 만납시다. 이제 말을 안 해도 좋으니 고개만 끄덕여 주시오.

나는 지도를 펴서 이현상이 숨어 있을 만한 몇 곳을 가리켰다. 반야봉 남쪽 빗점골을 가리킬 때 이형련은 가늘게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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