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아! 이현상 - 5. 서남지구전투경찰대 2연대장으로 부임(1)

차일혁의 수기

제3부 아! 이현상 - 5. 서남지구전투경찰대 2연대장으로 부임(1)

관리자 0 1,207 2020.08.04 16:26

제3부 아! 이현상


5. 서남지구전투경찰대 2연대장으로 부임(1)



1953 2월 초부터 경무대에서 이승만(李承晩) 대통령 주재 하에 내무부장관을 비롯한 국회 및 여당의 중진과 경찰 수뇌부가 합동하여 괴산지구 공비의 완전섬멸을 위한 회의가 거듭되었다그 결과 이승만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지시하였다.

1. 후방 공비를 1년 이내에 평정할 것.

2. 신설되는 전투경찰은 군부의 간섭 없이 독자적으로 공비토벌작전을 지리산에서 수행할 것.

3. 각 관계 도지사는 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전투경찰사령관에게 행정권을 이양하고, 공비   출현이 있을 경우 사령관에게 요청하면 사령관은 즉각 출동하여 공비를 격멸할 것.

 

53 4 18. 국회의 의결을 거친 법률 제282, 서남지구 전투경찰대 설치법이 공포되었다. 효율적인 공비토벌을 위해 해당 도지사는 새로이 설치되는 서남지구 전투경찰대 사령관에게 필요한 행정권을 이양하고 그 지시에 따른다는 획기적인 내용이었다.

서남지구 전투경찰대법()의 제정으로 설치된 서남지구 전투경찰대는 국군과는 별도로 독자적인 공비토벌 작전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이는 1년 이내에 공비토벌을 끝낸다는 명분하에 다분히 국군과 경찰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었다. 어쨌든 경찰로서는 국군의 통제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공비토벌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서전사(西戰司)는 기존의 남경사의 지휘를 받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지전사, 태전사 사령관은 치안국의 지휘체제 하에 있으면서도 군 작전 통수권 하에 있었다. 남원에 있던 치안국의 서남지구 전방 지휘소는 해체되고, 그 요원은 서전사에 흡수되었다. 5 1일부로 1() 12군의 행정은 서전사의 지휘를 받게 되었다.

서전사의 발족에 즈음하여 이현상의 제5지구당에서도 전투경찰대의 강력한 토벌작전에 대비하기 위하여 4 30일 지구당 조직위원 및 전라남북도당과 경남도당 위원장을 지리산으로 긴급 소집하여 조직위원회를 개최하였다. 조직위원은 이현상(李鉉相), 박영발(朴永發), 김삼홍(金三洪), 김선우(金善祐), 조병하(趙炳夏), 방준표(方俊杓), 박찬봉(朴贊奉)이었다.

이 회의 결과 제5지구당 결정서 8호로 각 도당, 군당, 면당 유격대 별로 분산되어 있는 빨치산을 규합하여 군사부대로 개편하였다이에 따라 김지회 부대는 제5지구당 직속으로 배치되었고, 전남도당 산하의 빨치산은 전남부대, 경남도당의 빨치산은 경남부대, 전북도당의 빨치산은 전북부대라 칭하였다.

백운산, 지리산, 덕유산에 각각 거점을 확보한 각 도당부대는 철도 및 주 보급로 공격, 약탈 등을 자행하였다이와 같은 제5지구당의 조직개편은 날로 소멸되고 있는 빨치산 세력들을 규합하여 경찰과 국군의 토벌에 대항하자는 것이었으나, 대규모적인 경찰과 국군의 공세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5 15. 나는 총경(總警)으로 승진하여 임실을 떠나 서남지구 전투경찰대 2연대장으로 부임했다남원에서 1, 2연대가 창설되었고, 3연대는 순천, 5연대는 함양에서 창설되었다.

서전사의 초대 사령관은 이하영(李夏榮) 경무관으로 내가 처음 모셨던 김의택 도경국장과 같이 인자한 성품이었다. 참모장은 노영세(盧英世) 총경이었다.

1연대장 김준종은 정치인 김준연의 인척으로 확고한 신념이 넘쳤다3연대장 방득윤은 영남의 토호로 유명한 방 부자집 자제(현 조선일보사 명예회장 방우영씨의 인척)로 나보다도 훨씬 큰 장신으로 풍류 호걸풍이었는데 나와 서로 기분이 통했다.

5연대장 김억순(金億淳)은 치안국 보안과장 이성우 경무관이 태백산 전투사령부 사령관 시절, 그 밑에서 작전참모를 역임한 수재형이었다김억순은 이현상 부대의 청주 습격 시 청주시 외곽에 있던 200연대 1대대장을 하다가, 청주습격사건으로 충북도경국장, 사찰과장, 보안과장, 청주서장 등이 면직될 때 유일하게 직위 해제되었다가 다시 이성우 경무관의 선처로 복직되었기에 이현상에 대한 증오는 남달랐다.

나를 제외한 연대장들은 모두 학병출신들이었다김억순은 곧 사령부 작전과장이 되었고, 후임 5연대장은 전혀 무인(武人) 색채를 띄지 않은 2대 국회의원 정순조 씨의 장남이었다

부임하여 부대편성에 정신이 없는데 누군가 아는 척하는 사람이 있었다. 전북일보 기자였던 김준식이었다.

“김 기자 여기 웬일인가?

18대대시절부터 잘 알고 지내던 사이라 반가웠다. 그런데 그의 복장이 경찰훈련복이었다.

“연대장님이 좋아서 전투경찰에 들어왔습니다.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었지만 위험한 군대에 가기를 꺼리는 사람들은 전투경찰에 들어왔다전투경찰에 입대하면 군대를 간 것으로 인정하였기 때문에 군대보다는 덜 위험한 후방 전투경찰부대에 입대하는 자가 많았다.

김준식뿐만 아니라 간부들 중에도 18대대 시절부터 낯익은 얼굴들이 많았다. 특히 최봉환 경위는 1대대 창설 때부터 보급일을 맡아 같이 근무한 동지로, 2연대에도 나와 같이 와서 경위로 승진하여 경리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1, 2연대는 전북에서 온 지원자들이었고, 3연대는 전남부대, 5연대는 경남부대로 자연히 향토색을 띠게 되었다.

나는 2연대장의 보직을 받고 이현상과 마지막 결전을 각오하고, 평소 아끼던 부하들을 2연대로 발령이 나게 했다. 김용식, 양희근, 이기봉, 최순경 등 공비토벌에서 날랜 전투력을 발휘한 그들을 함께 데려왔다산과 골짜기를 누비며 공비토벌을 했던 그들이라 말을 하지 않아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정도로 호흡이 맞는 부하들이다훈련도 잘 되어 있지 않은 1개 연대의 병력이, 사실 내겐 필요치 않았다. 거의 소멸 단계에 있는 공비들을 섬멸하는 데에는 내가 믿고 쓸 수 있는, 잘 훈련된 1개 중대가 더욱 필요했다.

사령부 작전지시 18호에 의해 1연대는 운봉, 2연대는 남원, 주천, 3연대는 순천, 5연대는 함양에 자리 잡게 되었다나는 남원, 주천에서 1, 2, 3대대를 편성했다. 2연대의 부연대장에는 학병출신의 경남 진주가 고향인 강재동 경감이 부임했다. 그는 18대대 이병선 경감을 연상시키는 선비형()이었다.

7 14. 이하영 사령관의 후임으로 저돌적인 성격의 김종원 경무관이 부임했다. 거창 양민학살사건으로 인하여 군에서 경찰로 옮겨온 그는 전북도경국장으로 경찰생활을 시작한 이래, 군에서와 마찬가지로 밀어붙이기식의 저돌적인 지휘로 일선 경찰서장 및 간부들을 아연케 하였다.

그가 전북도경국장으로 부임했을 때 나는 무주경찰서장이었다. 당시 무주경찰서 보안주임이었다가, 내 실수를 도경에 허위보고 하였다 하여 김종원에 의해 면직되었던 조명호 경위는 검찰공무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나는 김종원에 의해 하루 만에 임실경찰서장으로 전보되었다하지만 나는 전국에서 가장 월등한 공비토벌 실적을 올리고, 악질공비 괴수 외팔이를 사살하는 등의 전과를 세워 전화위복으로 총경으로 승진했다.

김종원과 함께 참모장으로 부임한 최찬택 총경은 18대대 시절부터 충북보안과장으로 나와 같이 여러 번 작전을 한 적이 있었고 서로 허물없이 지내던 사이였다.

김종원 사령관은 부임하자마자 저돌적인 자신의 성격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일선주의를 표방하고 사령부 요원들을 대폭 축소하여 일선 연대에 배치하였다. 그는 모든 연대의 본부를 적이 있는 지점 1천 미터 이내에 배치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서전사를 설치하여 서전사의 6,000여 명의 병력과 1() 12개 군의 경찰병력 12,000(의경 및 향방대원 포함)을 합한 18,000여 명의 병력을 공비토벌에 집중 투입한다는 것은 전시효과를 노린 측면이 없지 않았다치안국이 추산한 서남지구의 빨치산은 1,000명 미만이었다.

그들이 아무리 유격전에 능하다 해도 이미 기진맥진한 상태였고, 남로당 세력의 몰락으로 자연히 꺼져가는 불과 같은 공비의 토벌에 너무 많은 인원을 투입하고 있었다.

내가 지휘하는 2연대의 병력 1,200명 중 믿을 만한 전투력은, 내가 임실경찰서에서 그대로 데리고 온 수색대 31명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격전에서 대대적인 병력으로 몰아붙이는 토끼몰이식 작전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3연대에 배속된 지리산 전투사령부 직속부대인 문순묵이 지휘하는 보아라 부대와 같이, 귀순공비들로 구성된 1개 연대만 있어도 지리산 지구의 공비토벌은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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