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토론 : 6.25 전쟁시 차일혁의 후방지역 전투와 의의 2.

차일혁선생 학술회의

제2토론 : 6.25 전쟁시 차일혁의 후방지역 전투와 의의 2.

관리자 0 621 2020.07.31 16:06

안보분야개혁(security sector reform)의 개념은 분쟁 지역의 법질서를 해당 지역의 군인과 경찰이 책임지고 맡아서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화유지군이나 유엔 경찰의 주둔 자체가 분쟁지역의 군인과 경찰을 심약하게 만드는 중요한 원인이 되기 때문에 자존감도 없고 부정부패가 만연하며 심지어는 반군세력과 결탁하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 유엔이 개입한 국제평화활동은 제대로 된 성공사례가 희박한 것입니다. 가장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 동티모르 미션은 그 크기가 작고 인접국인 호주가 물심양면으로 적극 지원함으로써 성공한 것이었지 동티모르의 군인, 경찰의 능력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외국군이나 경찰이 아닌 한국 경찰이 빨치산 잔당을 소탕하였습니다. 이 점이 바로 국제평화활동에 있어서 특히 2000년대 이후 경찰이 많이 참여하는 다차원 국제평화활동에 있어서 모범사례가 될 수 있는 중요 포인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한국 경찰의 작전 상황은 매일 영어로 번역되어 한미연합사령부에 보고되고 있었습니다. 만일 한국 경찰이 작전을 수행할 능력이 없었다면 한미연합사가 직접 나서서 빨치산을 토벌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한국 경찰이 빨치산 토벌작전을 성공하였다는 사실은 그냥 당연한 것이 아니고 아무 감흥이 없는 역사의 기록이 아니며, 세계적으로 드문 모범사례라고 자부심을 가져야 할 일입니다.


한편, 미군정은 우리나라의 정서와 역사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었습니다. 일본 경찰을 미군정의 요직에 기용하기도 했고 친일활동을 했던 경찰을 그대로 기용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한국 경찰의 원죄(原罪)가 되어 있습니다. 당시는 국제평화활동에서 일반적인 원칙인 검증절차에 대해서 경험도 없었고 공산주의와의 싸움에 있어서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며, 미군정 입장에서는 한국인이나 일본인이나 똑같아 보였는지도 모릅니다. 그저 신생 한국에서 선거를 무사히 치르고 떠나기만 하면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미군정 안에서도 일제 강점기 경찰을 그대로 계수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있었습니다. 당시 초대 경찰 수장이었던 조병옥 박사는 일제 강점기 경찰을 그대로 계수한 장본인인데, 미군정을 상대로 경찰은 기술 관료(technocrat)이며 공산주의와의 싸움에 필요하다는 논리로 일제 강점기 경찰을 그대로 계수하는 것을 옹호했다고 합니다. 미군정의 무관심과 한국 지도층의 결탁으로 인해 우리민족의 사기가 한없이 떨어져있던 당시에 사이가 경부와 하라다 기획과장의 저격사건은 그런 분위기를 일거에 전환시킬 수 있었던 매우 의미심장한 사건입니다. 그 사건의 주역인 차일혁 경무관이 한국 경찰에 투신하여 공산주의와의 싸움에서 공로를 세웠다는 점은 일제 강점기 경찰을 그대로 계수한 한국 경찰의 원죄를 가볍게 하는 십자가가 될 것입니다.


아프리카의 남수단의 사례를 보면 유엔의 국제평화활동이 얼마나 성공하기 어려운 것인지를 알 수 있기에 소개합니다. 남수단이 독립하기 이전 수단은 북부 아랍계 무슬림들이 정권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남부 기독교인들이 독립을 요구하며 오랜 기간 내전을 겪었습니다. 1955년부터 1972년까지 1차 내전, 1983년부터 2005년까지 2차 내전을 겪으면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였고 난민과 내부 실향민이 발생하였으며 국토는 피폐해졌습니다. 남부 기독교인들은 수단인민해방운동/(SPLM/A)을 통해 무슬림 정권에게 저항해왔는데 리비아, 우간다, 에티오피아 등 인근 국가들의 지지를 받아 왔습니다


2002년에는 수단 정부와 SPLM/A와 휴전 협정을 맺고 Machakos Protocol에 합의하기도 하였고, 2005년에는 포괄적 평화협정(Comprehensive Peace Agreement)을 체결하여 6년간의 전환기를 거친 후, 남수단에서 분리 독립에 대한 국민투표를 시행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20111월 남수단 지역에서 국민투표가 실시되었고 투표 참여자의 98.83%가 찬성함에 따라 오랜 숙원이었던 남수단의 독립을 성취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진두지휘한 것은 1996년에 수단에 설치된 유엔의 평화유지군 UNMIS(UN Mission in Sudan)였습니다. 201178일 유엔은 남수단만을 위한 새로운 미션 UNMISS(UN Mission in South Sudan) 설치를 승인하였습니다. 새로운 미션은 남수단에 있어서 평화와 안보의 정착, 개발을 위한 조건의 구축을 지원, 남수단 정부의 효과적이고 민주적인 역량 강화, 인근 국가와의 선린관계 구축을 목적으로 하였습니다


다음 날인 79일은 남수단의 탄생일이 되었으며, 남수단은 이로써 세계에서 가장 젊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20131215일 남수단 수도 주바에서는 인종갈등에 기반한 내란이 일어났고 남수단의 10개 주 가운데 7개 주가 내란에 연루되었습니다. 대통령인 살바 키어 마야르딧은 딩카족이고 부통령인 릭 마차르는 누어족인데 대통령이 부통령을 쿠데타 시도 혐의로 기소하자 딩카족이 누어족을 학살하면서 이 내란은 시작되었다. 정부군은 딩카족 편에서 누어족을 공격하였고, 누어족은 무기를 들고 딩카족을 공격하였다. 4주 이내에 50만 명의 실향민이 발생하였고 74,300명이 인근 국가로 피난하였습니다. 이 숫자는 점점 늘어나서 20142월에는 90만 명의 내부 실향민과 167,000명의 난민이 발생하게 됩니다. 320만 명의 민간인들이 식량 부족에 시달렸고 50만명의 실향민들이 기아에 처해졌으며 결국 370만 명의 남수단인들이 생존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내부 실향민들과 난민들은 UNMISS 주둔지역으로 피난을 하게 되었고 미션은 이들을 받아주고 보호를 하였습니다. 그 때 이래로 85,000명의 민간인들이 8개소의 UNMISS 시설에 보호를 청구하였는데, 이 당시 남수단 정부와 UNMISS 간의 긴장이 증가하기 시작했습니다. () 유엔 정서가 표출되기 시작했고 UNMISS가 공정하지 않게 반군을 교사 방조한다는 근거 없는 의혹들이 있었습니다. 이에 따라 UNMISS의 이동의 자유조차 제한되기 시작했으며 반() 유엔 시위가 여러 도시에서 일어났습니다. 현재의 남수단은 지옥에서 가장 가까운 곳입니다.

 

남수단의 사례를 살펴보면 기존의 수단에서 이슬람과 기독교인의 싸움에 유엔이 개입하여 남쪽에 기독교인의 정부를 만들어 준 것이 첫 번째 국면입니다. 한국의 경우에는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의 싸움에 유엔이 개입하여 남쪽에 민주주의 정부를 만들어 준 것과 유사합니다. 선거가 끝났고 평화가 찾아오리라고 생각했는데 남수단 내에서 인종갈등에 기반한 내전이 또 일어난 것이 두 번째 국면입니다. 인종갈등에 대해서는 대통령과 부통령으로 역할 분담을 하면 충분할 것으로 생각한 것이 유엔의 생각이었습니다. 유엔과 남수단 지도층의 결탁만으로는 그 민족간 갈등을 어찌할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한 것입니다


미군정과 신생 한국 지도층의 결탁만으로는 당시 한국 내에 존재했던 백가쟁명 식의 수많은 분파들과 그 갈등을 어찌해 볼 수 없었습니다. 피를 흘리며 싸우는 갈등을 해소하고 치유하는 것은 최소한 수십 년이 걸리는 일이고 그 갈등의 속성을 제대로 알고 풀어낼 수 있는 사람은 결국 그 지역 사람들이라는 점이 중요하며 그것도 결코 쉽지 않다는 것, 아니 역사적으로 거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한국의 경우에도 빨치산은 물론이고 제주 4.3사태처럼 상당한 기간 동안 공산주의에 기반한 폭동이나 유혈사태가 계속 이어졌지만 남수단과 같이 극단으로 치닫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념갈등으로 인한 상처는 현재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도 갈등화해와 치유에 입각한 언행조차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차일혁 경무관의 사례는 1단계(분쟁 종식), 2단계(안정화)를 지나 3단계(갈등화해와 치유)까지 한꺼번에 수행한 멀티 플레이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상과 같이 차일혁 경무관의 삶의 궤적을 유엔의 국제평화활동에 비견하여 보았습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훨씬 더 많은 모범사례와 시사점들이 있지만 앞으로 계속 연구하여 이 분야를 발전시키겠습니다. 남정옥 박사님과 강윤식 교수님의 발제 내용이 충실하고 자세하여 이 자료들을 근거로 하나하나 차근차근 정리하여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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